1. 한국 바이오 산업의 주류 신약 vs. 非주류 진단
한국에서 주식을 하는 사람이라면 지역구 국회의원의 이름은 모를지 언정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신라젠', '코오롱티슈진', '헬릭스미스', '에이치비엘비' 등 바이오 기업의 이름은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고 외웠을 만큼 과거 몇년간의 한국 주식시장은 바이오 기업들이 이끌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부분 신약 또는 Biologics를 개발하는 회사들로 매출이 수백억원대인 회사들이(신라젠 등 몇몇의 회사는 연매출 100억원도 달성해본 적이 없다.) IND 제출, 임상 1상 성공만 해도 기업의 가치는 천억 단위를 넘기고 임상 3상에 들어갔다는 뉴스만으로 회사는 투자자들의 꿈(이라 쓰고 돈이라 읽는다.)을 먹으며 조단위를 넘는 몸집을 키워냈다.
반면, 한국 바이오 버블의 시장에서 그 즐거움을 만끽하지 못했던 회사들도 있었다. Covid-19 사태 이전의 진단 기업들이다. 현재는 Covid-19 진단 키트들을 앞세워 너도나도 시총이 2-3배씩 상승하는 Uptrend를 타고 있지만, Covid-19 사태 이전 진단기업들은 2020년초 기준으로 국내 1등 자가혈당 사업 회사인 아이센스(2019년 기준 매출 1,898억원, 영업이익 302억원 수준)의 시총은 3천 500억원, 진단 업계의 대장 중 하나인 바디텍메드(2019년 기준 매출 728억원, 영업이익 150억원 수준)는 2천 200억원대 수준이었다. 절대적으로 저평가 된 것이냐라는 물음에 대해서는 각자의 판단이 갈릴 수 있겠지만 적어도 앞서 얘기했던 신약 개발을 하는 바이오 회사들에 비해서는 실질적이고 안정적인 실적을 보여주고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진단 기업들은 주식시장의 바이오 물결을 한껏 타지 못했 점에는 다들 동감할 것이라 생각한다.
< 신약 개발 기업 vs 진단 기업 시총 비교>
2. 동반진단이란 무엇인가?
동반진단이란 무엇이기에 단순 진단업계가 아닌 한국의 바이오 산업 열풍에 대해 이야기 하며 글을 시작했을까?
2015년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에서 발표한 체외동반기기 허가∙심사 가이드라인(이는 FDA에서 2014년 발표한 'In Vitro Companion Diagnostic Device, Guidance for Industry and Food and Drug Administration Staff'를 기반으로 한 것으로 미국과 동일한 컨셉이다.)을 보면 "특정 환자의 치료에 의약품을 사용하기 위해 약물의 반응성 및 안전성을 미리 예측하는 검사를 수행하는 것을 동반진단(Companion Diagnostics; CDx)이라 하며 그에 따른 검사 시스템을 체외동반진단기기(In Vitro Companion Diagnostic Devices; IVD CDx)라고 한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즉, 의약품이 아닌 진단기기 또는 진단 시약을 의미하는 것이다. 다만, 기존 진단법들이 정상인과 환자를 구별하기 위함이었다면, 동반진단은 환자 중 특정 약물의 사용이 가능한 환자를 screening하기 위한 진단인 것이다. 이를 위해 동반진단이 필요한 의약품에 대해서는 임상시험계획 승인 신청 시, '의약품-동반진단 의료기기'의 동시 품목 허가 계획을 포함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 동반진단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FDA와 MFDS의 CDx 허가 가이드라인을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요약하자면, 기존의 진단은 ① 진단기기 업체들이 각각의 biomarker와 기준을 통해 환자와 정상인을 구별하는 진단 제품을 출시하고 ② 진단 이후에 어떤 약물을 투여할지는 의사의 판단에 따라 결정했다면, 동반진단기기가 있는 의약품들은 ① 다른 진단을 통해 병환을 진단한 후 ② 동반진단을 통해 환자와 약물의 적합성을 파악하여 약물 투여를 하는 것이다.
즉, 동반진단 개발의 선행 조건은 Target MoA(작용 기전)가 정해진 의약품이다.
3. 동반진단의 역사
동반진단의 시작은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유방암 치료제로 개발되던 타목시펜의 효과가 환자의 에스트로겐수용체 상태와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이 증명되며, 진행성 유방암 환자 대상의 타목시펜 임상 2상 시험에서 대상이 되는 환자를 선별하기 시작하였다. 이후 타목시펜의 사용 시 병원이나 의사들은 각각 에스트로겐수용체 상태를 보고 약품을 사용하기 시작했지만 표준화된 진단법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다보니 각 병원별로 또는 진단하는 사람들별로 각각 다른 진단기기와 진단법을 사용하였고 약물의 효과와 부작용이 일정하게 컨트롤 되지 않았다. 이후 1990년대 Herceptin을 개발하던 Genentech(현재 Roche에 합병)은 암조직에서 Her-2/neu 유전자의 과발현이 있는 환자에게 Herceptin을 사용하는 것이 약의 Efficacy를 증대시킬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Dako사와 합작하여 1998년 최초의 허가를 받은 동반진단기기 HercepTest를 개발하였다. 특히 다른 국가들과 달리 천여개가 넘는 암센터들이 산포되어 있고 이들의 표준화된 관리가 필요했던 미국은 2005년부터 표적치료제와 동반진단의 동시 개발 Concept을 발표하고 2011년 Draft Guidance, 2014년 최종 Guidance의 발표를 통해 규제화 하였다. 이후 제약사와 진단기기 회사들이 표적치료제 개발 시 약물의 Efficacy와 Safety를 높이기 위해 동반진단기기를 동시 개발하기 시작하였으며, 2020년 1월 기준으로 총 38개의 진단기기가 FDA의 허가를 취득하였다.
그간 해외에 비해 동반진단에 대한 관심이 부족했던 국내에서도, 점점 더 많은 회사들이 신약 개발 시 치료 효율을 높이고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동반진단 바이오 마커 및 진단 기기의 개발을 함께 하고 있다.
4. 동반진단은 모두 항암 진단?
FDA 및 MFDS의 허가를 받은 동반진단기기 리스트나 동반진단 관련 뉴스들을 찾아보면 대부분 Oncology인 것을 볼 수 있다. 항암제 못지않게 항생제 등 다른 의약품의 개발도 활발한데, 동반진단기기가 유독 Oncology에만 집중되어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항암제의 기술적 Trend 그 첫번째 이유를 찾아볼 수 있다.
체외동반기기 허가∙심사 가이드라인의 재정 배경을 보면 "최근 과학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환자의 유전자나 단백질 등의 발현양 또는 유전자 돌연변이 등을 검사하여 이를 바탕으로 환자의 치료 방법을 선택하는 맞춤 의약적 의료 기술이 발달하고 있다. 특히 이 중에서도 특정 단백질에 작용하여 약효를 나타내는 표적의약품 연구개발의 활성화와 임상에서의 표적의약품 사용이 빈번해짐에 따라 질병의 치료를 위해 표적의약품 처방에 앞서 적절한 의약품의 선택을 위한 진단의 중요성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라고 되어있다.
가이드라인에서 왜 "특정 단백질에 작용하여 약효를 나타내는 표적의약품 연구개발의 활성화"를 콕 집어 얘기했는지 항생제와 항암제의 차이를 통해 알아보자.
① 항생제는 인체에 침입한 세균을 공격한다.
② 항암제는 몸속의 암세포를 공격한다.
치료를 위해 각 약물이 목표로 하는 것이 세균이냐 세포냐의 차이에서 표적의 중요성, 동반진단의 중요성이 대두된다. 암세포는 정상세포와는 달리 성장의 범위라는 것이 없어, 암에 걸리면 암세포가 증식하며 몸 속 여러곳으로 전이가 된다. 항암제는 암세포의 증식을 막고 파괴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는데, 항암제가 암세포만 정확히 잡지 못하고 정상 세포까지 공격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 항암 치료를 받는 사람들은 머리가 빠지고, 식욕이 없어지는 등 많은 부작용을 겪는다. 이런 부작용들을 줄이고 치료율을 높여 표적항암제 개발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각각의 약들이 targeting 하고 있는 컨디션과 최대한 부합하는 환자에게만 약을 처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유방암 환자를 예로 들자면, Her-2/neu 유전자 과발현이 발견되는 case는 약 20-25% 정도로 Her-2/neu 유전자 과발현이 없는 나머지 75-80%의 유방암 환자에게 Herceptin을 투여할 경우 Efficacy는 기대할 수 없고 부작용만 늘어날 것이다. 또한, 개발 이후 마케팅의 관점에서도 마찬가지로, 예전에는 치료제의 Option이 많이 없어 의약품 자체에 비용을 지불하는 시장이었다면, 현재는 많은 치료제들 중 더 높은 Performance를 보여주는 의약품에 비용을 지불하는 시대로 변화하였다. 기술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더욱 성숙된 시대가 도래하며 동반 진단을 통한 '표적 치료', '개인 맞춤형 치료'가 하나의 트렌드가 되고 있다.
두번째로는 비용적인 문제일 것이다.
동반진단은 FDA, EMA, MFDS 등 국가별 Agency와 보험사, 제약사 및 환자 등 Healthcare System 내의 각 Stakeholder들에게 비용적인 메리트를 준다. 앞서 예를 들었던 유방암 치료의 경우, Her-2/neu 유전자 과발현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유방암 환자 모두에게 Herceptin을 투여한다면 전체 환자의 75-80%는 효과를 보지 못할 것이다. 이 잘못된 처방으로 인해 환자는 자신에게 맞지 않는 약을 투여하느라 돈과 시간을 허비해야 하고, 이는 국가 의료 재정과 보험사의 비용에 부담을 준다. 다만, 기존 의약품에 비해 동반진단이라는 하나의 제품을 더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그냥 Herceptin을 투여해도 효과를 볼 수 있었던 20-25%의 환자들의 절대적인 치료 비용은 상승하게 된다. 이 때문에 환자수는 많지만 약값이 싼 감기 등이나, 약값은 비싸지만 환자수가 적은 Orphan Drug의 경우 동반진단을 통한 비용적인 메리트가 없어 기회손실을 막기 위해 치료가 꼭 필요한 환자수가 많고 치료 비용이 비싼 Oncology 위주로 동반진단이 개발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까지의 동반진단이 Oncology에 집중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향후 고령화 사회의 질환 구성 변화와 의학 기술의 발전 등을 생각해보면 동반진단은 다른 분야에서도 계속적으로 발전해나갈 것이라 생각한다.
(가장 크게 기대하고 있는 분야는 알츠하이머의 치료제 개발과 그에 따른 동반진단 시장의 확대이다.)
5. 신약 및 진단 개발의 동행이 필요한 때
아래 Global 제약사들이 1997년부터 2011년까지 15년간 지출한 R&D 비용과 동기간동안 승인받은 신규 의약품수를 보면 (물론 각 제약사들이 어느 분야의 의약품 개발을 주력으로 하고 있는지, 어느 정도의 임상을 하고 있는지에 따라서 많은 차이가 있을 것이다), 국내 기업들보다 더 큰 역량과 더 많은 기회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신약 개발을 위해 얼마나 큰 돈을 들이고 있는지 좀 실감이 날 것이다.
국내에서 주목받고 있는 많은 바이오 기업들이 그 파이프라인이 다양하지 않고, 아직까지 안정적인 기반의 매출을 확보하지 못해 개발의 Resource가 한정적이라는 점을 봤을 때 Lead 파이프라인의 개발 성공 여부에 회사의 존폐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기업들에서 이미 적응증과 MoA가 정해진 제품을 가지고 임상 Design을 통해 개발 성공률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제한적이다. 그렇다고, 임상실패 후 다른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동일한 파이프라인으로 다른 적응증을 살펴가며 또다른 임상을 진행하게 되고 결국 투자금만 계속 들어가며 허가받은 제품을 내지 못하는 악순환에 갇히는 회사도 적지 않다.
이런 한국 바이오 시장에서 동반진단은 단순 진단 회사의 새로운 기회가 아니라, 신약을 개발하는 많은 회사들에게도 성공의 키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동반진단은 이제까지 이야기했던 것처럼 약이 통할만한 환자들에게만 약을 투여해 허가의 지표인 약물의 Efficacy와 Safety를 증대시켜주기 때문에, 동일한 물질에 대해 임상 성공 확률을 극대화시켜줄 수 있다. (아래 Biomarker를 통해 환자를 선별한 제품과 그렇지 않은 제품들의 임상-허가 성공률 차이를 보면, Biomarker를 통한 환자 선별이 가능할 경우 제품 허가 가능성이 약 3배로 증가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개발 성공률의 증가는 요새 트렌드가 된 국내의 많은 NRDO 회사들이 기술을 수출할 때 License-out Upfront 상승에도 한 몫 할 수 있을 것이다. 보통 License-out 금액은 제품의 예상 매출과 남은 개발단계의 성공률을 감안하여 그 기대 매출을 정하고 이를 통해 협의하게 된다. 예를 들어 출시 후 10년간 예상 매출이 10조인 임상 1상 단계의 제품이라면 환자를 특정하지 않았을 때 10년간 8,400억원(성공률 8.4%)을 기준으로 협의를 시작하게 될 것이지만, 환자를 특정할 경우 10년 기대매출을 2조 5,900억원(성공률 25.9%)으로 증대시킬 수 있다. 이렇듯 제품의 개발 성공률을 높이는 것은 FIPCO와 NRDO 모두에게 중요하고, 특히 여러번의 기회가 없는 바이오벤처들에게는 더욱 더 중요할 것이다.
물론 일반 진단기기와는 다르게 동반진단은 약을 사용하기 위한 사람을 Screening하는 것인지라 진단기기 업체 입장에서는 기대 고객의 수도 작고 진단기기 개발에 성공과는 무관하게 신약 개발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제품을 출시할 수 없는 Risk도 존재하기 때문에, 동반진단 제품 개발비를 신약 회사에서 부담할 것인지, 진단기기 회사에서 부담할 것인지 등의 Business Model은 앞으로 더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다만, Business Model에 대한 우려는 나중으로 차치하고, 바이오 시장의 Player Pool만 보자면 이번 Covid-19 진단 사례에서도 볼 수 있었듯이 국내에는 신약 바이오 회사들 못지 않게 그 역량이 출중한 진단 회사들도 많다. 진단기기의 경우 미국 임상까지 합쳐도 개발 비용이 100억을 넘지 않고, 신약에서 환자를 특정하기 위한 Biomarker만 정확히 Define 되면 진단기기 자체의 개발 성공률은 80% 이상은 될것이라는 점에서 신약 회사와 진단 회사들의 Collaboration은 앞으로 한국 바이오 기업과 신약 사업에 퀀텀점프의 기회를 줄 것이라 점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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