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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헬스케어

녹십자는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이 될 것인가?(1/3)

최근 우리나라 몇안되는 제약사 매출 1조원 클럽 중 하나인 녹십자에서 디지털 헬스케어 관련 흥미로운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녹십자의 의료서비스 계열사인 녹십자 헬스케어에서 지난 2월에는 우리나라 전자의무기록 사업의 대표주자인 유비케어를, 바로 얼마 전인 4월에는 데이터분석업체인 에이블애널리틱스를 인수하였죠.

 

유비케어 인수의 영향으로 녹십자는 원격의료 관련주로 분류되어 지난 4월 초에는 52주 신고가를 찍은 모양입니다.

 

평소 디지털 헬스케어의 현실화에 관심이 많았던 저는 녹십자가 유비케어인수를 통해 성공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생겨 글을 쓰기 시작하였습니다. 글은 총 3부작이 될 것 같습니다.

1) 녹십자의 디지털 헬스케어를 위한 노력

2) 녹십자가 유비케어를 인수하는 이유

3) 유비케어로부터 기대할 수 있는 성장동력

 

 

녹십자 홀딩스는 연결재무제표상 최근 3년간 영업이익이 감소하는 상황입니다. 가장 주력 기업인 녹십자에서 판관비의 증가로 영업이익이 많이 감소하였습니다.

이러한 상황에도 적극적인 M&A에 나서는 것은 미래 성장동력을 디지털 헬스케어에서 찾겠다는 의지이겠지요.

 

(출처: 전자공시시스템, 지면관계상 십억 이상의 순손익 감소 기여 계열사만 표기)

 

디지털 헬스케어란, IT기술을 활용하여 건강관리서비스를 효율화하는 것입니다. (필자의 주관적인 정의입니다.) 기존 의료행위는 병의원, 의사 중심으로 가장 권위있는 사람, 기관을 중심으로 서비스가 제공되는 반면, IT기술로 정보의 흐름을 소비자와 의료서비스 제공자 간에 원활하게 함으로써 건강관리를 효율적으로 개선하자는것이지요. 크게 세가지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첫번째 의료기관에 집중되어 있던 정보 (의학지식, 의료기록 등)가 개개인에게 돌아가는 방식 , 두번째 개개인의 정보를 수집 (스마트워치 등)하여 건강관리에 사용하는 방식, 세번째 IT기술을 이용한 기존 의료행위의 개선 (영상 판독 AI 등)

 

녹십자는 주로 개개인의 정보를 수집하여 건강관리에 사용하는 데에 노력을 기울여왔습니다. 원래도 건강관리사업을 진행하던 회사였는데 IT기술을 발전을 접목하려 노력해왔지요. 전통 건강관리 사업을 하는 대표적인 계열사가 녹십자 의료재단인데요, 녹십자 의료재단은 임상검사 수탁기관으로서 2014년 기준 수탁검사 시장의 20%를 차지 (http://m.medipana.com/index_sub.asp?NewsNum=190105)하고 있습니다. 이에 그치지 않고 녹십자 의료재단은 검진센터인 아이메드 의원을 설립하여 운영 중입니다.

 

또한 녹십자는 건강관리서비스 산업 내 디지털 헬스케어를 사업화 시키고자 2003년 녹십자 헬스케어를 설립하였습니다. e헬스, u헬스, 디지털 헬스, 다양한 이름만큼 무던히도 많은 시도가 있었던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화의 산 증인이죠. 간단한 구글 검색을 통해서만 봐도 그동안 쏟아왔던 노력이 보이네요.

 

1. 스마트 헬스케어 기기를 향한 열정

2010년대 초반 FitBit의 성공에서 볼 수 있듯이 스마트워치 시장은 소비재기업에게는 매력적인 시장입니다. 기기 판매 시장 자체가 크기도 하고, 스마트폰 다음으로 가장 많은 소비자에게 접근할 수 있는 수단은 손목시계로 보고 있습니다. 녹십자는 2013년 스마트 만보계 walkie-D를 출시하고 지마켓과 함께 프로모션하였습니다. 워키디를 구입한 고객에게 녹십자 헬스케어의 전문상담인력 (간호사, 영양사, 운동처방사)을 통한 개인별 맞춤건강 상담서비스도 무료로 제공할 예정이었다고 합니다. 저도 이때부터 꽤 관심을 가지고 보고 있었는데 소문을 듣지 못한 것을 보니 사라진 모양입니다.

녹십자는 이에 포기하지 않고 2016년에는 (당시 스마트워치 기업) 직토와 '더밸런스 멤버십' 이라는 서비스를 출시했습니다. 여기에 가입하면 대학병원 검진도 우대해주고 건강관리도 해주고 여기저기 헬스도 하게 해주고 건강기능식품도 싸게 해주고 했다는데 이것도 안됐습니다. 

(출처: 직토, ‘더밸런스멤버십‘ 서비스 론칭, 약국신문, 2016년 9월 21일)

2015년에는 녹십자 헬스케어의 모바일 헬스케어 기기 5종의 광화문 입점 소식이 검색됩니다. 앞서 등장한 워키디 밴드(세 종이 있네요), 스마트컵 워터클, 게임바이크 스마트 X바이크를 팔기로 하였습니다.

(출처: 녹십자헬스케어,모바일헬스케어 교보핫트랙스 입점, 약업신문, 2015년 9월 25일)

위와 같은 시도들은 당시로서는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때는 디바이스로 사용자의 일상을 사로잡은 스마트워치가 붐을 타고 있던 시기라 누구라도 디바이스라는 사용자와의 접점을 극대화하는 방법을 찾았을 것 같습니다. ,

 

2. 보험사와의 제휴

현재 (2020년 5월) 녹십자 헬스케어의 홈페이지(https://www.gchealthcare.com/html/service/service.asp) 에 따르면 녹십자 헬스케어는 교보생명, 현대해상, 메트라이프와의 협업을 통한 고객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합니다. 보험 상품 가입자를 대상으로 자사의 스마트헬스케어 기기 및 어플리케이션 솔루션을 제공하는 모양입니다. 이 비즈니스 모델은 디지털 헬스케어 솔루션 성공 예시로 자주 제시되었던 모델입니다. 보험료 인하라는 인센티브로 고객이 디지털 채널을 활용한 건강 생활을 추구하도록 하고, 그로 인해 건강수준이 향상되면 의료비가 절감되어 보험사의 손해율도 낮아지는 모델입니다.

(출처: 녹십자 헬스케어 홈페이지, 2020년 5월 12일)

 

녹십자 헬스케어는 알려진 디지털 헬스케어 비즈니스 모델은 모두 시도해본 것 같습니다. 아래 표를 살펴보면 최근 3년간 매출이 급증하고 있는데, 위와 같은 노력들이 결실을 맺고 있는 걸까요?

(출처: 녹십자 홀딩스 2019년 사업보고서 연결재무제표 주석 참조)

 

최근 기사를 보면 현대해상과 합작한 인슈어테크 앱인 '메디케어' 와 '굿앤굿 어린이케어' 의 성과로 영업이익이 증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시냅틱 인베, 녹십자 헬스케어 2대 주주로 등극, 더벨, 2020년 1월 15일) 굿앤굿 어린이케어 앱의 다운로드수는 10만이상, 메디케어 앱의 다운로드 수는 1만 이상입니다. 대략 현대해상 보험가입자중 10만 고객을 녹십자 헬스케어의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GC녹십자 헬스케어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 회사는 현대해상 뿐만 아니라 메트라이프, 교보생명, 농협생명 등 다양한 보험사와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2016년부터 보험사 대상의 다양한 서비스 제공이 본격화되었죠. 주요한 고객사인 교보생명, 메트라이프, 현대해상 3사가 10만씩 각각 비슷한 규모의 고객군을 확보있다고 보면 30만명의 보험가입자가 2020년 현재 녹십자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받고 있는 셈입니다. 

 

 2016년부터 본격화되기 시작하였으니 2017년부터의 추가매출이 모두 이들의 성장에 기인한다고 할때 약 2020년에는 150억원 매출이 위 30만 사용자로부터 발생하고 있네요. 매출을 단순계산해서 나눠보면 1다운로드당 5만원의 연간 매출이 발생한다는 계산입니다.

 

 보통 연간 보험료가 100만원에서 200만원 사이이고 보험사 손해율이 100%가 넘는다는 점을 고려해볼때 (손해보험협회 공시에 따르면 2019년 현대해상 실손의료보험 손해율 136%) 1%가 아쉬운 보험사 입장에서는 본 서비스가 1) 회원유치에 도움이 되는지 2) 의료비 지출을 절감하는지 검토해볼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아마도 다른 연계서비스를 통한 매출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서비스 본격 제공 이후 3~4년이 지났으니 길지는 않으나 결과를 평가하기에 적당한 시점입니다. 

 

결과적으로 현재 수백억대 매출에 수십억원의 영업이익이 발생하고 있으니, 녹십자는 오랜 노력을 통해 녹십자 헬스케어를 어느정도 궤도에 올려놓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룹 전체 규모에 비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아쉽지만 자생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갖춰놓았으니까요. 하지만 녹십자가 이정도로 만족하지는 않겠죠. 유비케어 인수만 봐도 그렇습니다. 녹십자가 다음으로 무엇을 보고 있는지, 또 무엇을 볼 수 있는지 다음편에서 알아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