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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헬스케어

텔라닥의 리봉고 인수, 본격적인 원격 의료의 시대가 오는가?

원격 의료란 무엇인가?

2020년 8월 초, 미국 최초이자 최대의 원격 의료 업체인 텔라닥 헬스는 경쟁사인 리봉고 헬스를 185억달러, 한화 약 22조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COVID-19로 미국과 유럽의 원격 의료 시장의 성장이 본격화 된다는 얘기가 많이 들리고, 그에 따라 주가들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었지만 아직까지는, 특히나 한국에서는 이를 COVID-19가 끝나고 나면 사라질 하나의 신기루처럼 보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이 와중에 업계 1위 엄체가 올해 들어 시총이 5배나 커진 경쟁사를 프리미엄까지 주고 사는 이벤트가 발생했다. 과연 이것을 실제로 헬스케어 서비스의 새로운 축이 도래하고 있다는 신호탄으로 볼 수 있는 것일까? 실제로 맥킨지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에서의 원격의료를 이용하는 미국인 비중이 작년 11%에서 올해 46%로 COVID-19 이후 4배나 급증했고, 미국 원격의료 업체 매출 총합 기준으로 작년 30억달러 수준에서 향후 2,500억달러 수준으로 급증할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는 원격의료가 제대로 시행되고 있지 않다보니 원격의료가 어떤 서비스들을을 이야기 하는지에 대해서 막연한 경우가 많다. 대체적으로 원격의료라고 하면 원격진료만을 생각하고 이야기 하는 경우가 많은데, 원격 의료 시장이 활성화 되어 있는 미국의 원격의료 Landscape를 보며 시장의 구성을 한번 살펴보자.

 

출처: Business Insider Intelligence, 2018

 

미국 시장에서는 Telehealth를 Telemedicine, Remote Patient Monitoring, mHealth, Medical Alam 등으로 세분화 하고 있다. 산업의 분류를 보기 위해 네이버 지식백과에서 Telehealth, Telemedicine을 찾아보면 원격의료, 원격진료를 혼용하고 있어 각 섹터별 대표 회사들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와 함께 간단하게 각 분류별 정의를 내려보고 글을 진행하려 한다.

 

출처: Federal Communications Commission

 

- Telehealth: 국내에서는 '원격보건' 이라는 term으로 정의되고 있는데, 기존에 우리가 생각하는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보다 좀 더 상위 개념으로 사회 구성원 (개인, 법인 포함) 간의 원격 진료, 건강 모니터링, 모바일 헬스케어 등 산업의 모든 것을 포괄하는 원격의료 그 자체라고 보면 된다.

 

- Telemedicine: "원격의료: 통신 기기를 이용하여 원격지의 환자를 진단하고 치료하는 의료 시스템 - 네이버지식사전"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원격의료에 가장 가까운 term으로, 의료인-의료인 또는 의료인-환자 간의 거리에 구애받지 않고, 진단, 모니터링 등의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글을 쓰게 한 미국 내 1위 원격의료 기업인 텔라닥 헬스케어가 제공하는 서비스가 Telemedicine 서비스이다.

 

Teladoc process (출처: Teladoc Annual Report)

 

- Remote Patient Monitoring: 의사가 환자가 24/7 붙어 있을 수 없기에, 비대면으로 계속 환자의 상태를 알려주고, 진단 및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것을 얘기한다. 예를 들어, Babyscriprs사의 work를 보면 주치의가 산모에게 필요한 모듈을 선택하면 산모들이 앱을 통해 관련 정보들을 살펴볼 수 있고, 필요 시 회사에서 원격 진단이 가능한 Mommy Kit를 산모에게 보내 의사가 모니터링하고자 하는 항목들의 측정값을 웹사이트의 Dashboard를 통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할 수 있다.

BABYSCRIPTS사 환자 Dashboard (출처: BABYSCRIPTS사  홈페이지)

 

- Medical Alarms: Medical Alarm은 말그대로 의료 관련 긴급 신호를 전송하는 것으로 무선 통신이 가능한 팔찌나 목걸이 등의 악세서리를 착용하고 있다가 긴급 의료서비스가 필요할 시 즉각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 119(911)에서 제공하던 서비스를 개인별로 좀 더 체계화하고 customize하여 제공하는 것으로 고령화 및 핵가족화 되는 사회에서 큰 성장세를 이룰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MedicalAlert 서비스 (출처: MedicalAlert사 홈페이지 발췌)

 

- mHealth: mHealth는 모바일 기기를 통해 제공하는 헬스케어 서비스를 총칭한다. 대표적인 예로 올해 4월 21일 식약처에서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로 허가를 받은 삼성전자 스마트폰용 혈압 측정 모바일 앱 ‘삼성 헬스 모니터’를 들 수 있다. 국내에서는 규제상 의료 데이터의 전송이 불가능해 반쪽짜리 서비스일 것으로 생각하고 있으나 미국에서는 갤럭시 기어3가 출시된 2017년부터 미국 일부 의료기관 및 대학기관과 협업관계를 맺고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파트너사로 미국 454개 진료소와 36개 종합병원을 보유한 비영리 조직 카이저퍼머넌트가 있으며, 갤럭시워치를 통해 혈압 데이터를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문제 발생 시 의료시설로 송부할 수 있어 원격 진료까지 가능하게 한다.

 

출처: 삼성전자

 

 

 

 

원격의료 시장의 확대

사실, 비단 COVID-19 사태가 아니었어도 미국, 중국 등 한국 외 국가에서의 원격 의료 시장은 점차 확대되고 있었다. 텔라닥의 2019년 Annual Report를 보면 미국 최초의 원격의료 업체라는 수식어가 무색하게 시장 신규 진출업체처럼 매출, 회원수 및 서비스 이용수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텔라닥이 8월초 인수한 리봉고의 매출 확장세는 더 무서웠다. 2018년 68백만 달러에서 2019년 170백만 달러로 약 150%의 증가세를 보여준 것이다. 심지어 2019년 텔라닥의 전체 서비스 중 20%는 미국 이외의 국가에서 진행되었다. 

 

출처: Teladoc Health, Annual Report 2019
출처: Livongo, Annual Report 2019

 

 

기존 원격의료를 제한적으로 제공하고 있던 미국, 유럽, 중국, 일본 등도 코로나 19 사태의 특수성을 고려해 원격의료 제한을 완화(아래표 파란글씨 표기)하며 말 그대로 퀀텀점프를 보여주고 있다.

국가 원격의료 도입 보험적용 현황
미국 (1992) 조지아주 원격의료 법안 통과 O - 메디케어 가입자 중 도시가 아닌 전문의가 부족한
  농촌지역 거주자에 한해 제공
- 보험 적용 범위와 수가 등은 주별로 상이

- 코로나19 유행 기간동안 FDA가 승인한 비침습적

  의료기기의 대부분에 대해 의료기관이 아닌
  가정에서의 사용을 허가
- 스카이프, 구글 그룹통화 등 전문진단 플랫폼이
  아닌 화상통화를 통한 진료 한시적 허가
- 비대면 진료로 발생하는 의료사고에 대해 
영국 (2008) 만성질환자 원격모니터링 도입 O - NHS(National Health Service)에서
  1차 비대면 진료를 기본으로 권고
프랑스 (2009) 
(2018) 원격의료 본격 도입
O - 원격 의료 전 12개월의 주치의 직접 진료 기록 필요
- 코로나19로 인해 서비스 규제 한시적 완화
중국 (2015) 미국 의료인 - 중국 환자 허용
(2016) 중국 내 원격 의료 허용
O - 각 의료기관의 이용 플랫폼을 통해 소속 의료인이
  원격 진료 서비스 제공

- 2019년 원격의료의 공보험 적용 급여 혜택
  가이드라인 제정

- 의약품 온라인 구매 가능
일본 (2015) 원격 의료 도입
(2019) 원격 로봇 수술 허용
O - 초진 후 6개월 이상 매월 동일 의사에게 진료 또는
  최근 1년간 6개월 이상 내원한 경우 원격진료 가능

- 네이버의 라인헬스케어 서비스 전국민 무료 제공

  (비용 국가 부담)
- 초진 환자에게도 원격 의료 서비스 제공
한국 (2000) 시범 도입 X - 의료인 간 원격 의료 제한적 허용

 

완화 조치에 힘입어 프랑스의 한 업체는 지난 4월에만 작년 전체 6만건 대비 15배인 89만건의 원격진료를 진행하였고 중국의 최대 원격진료 플랫폼인 평안굿닥터는 코로나 이후 이용자가 11억 천만명에 달해 2025년에는 전체 진료의 25% 가량이 원격 진료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가의 규제 완화 및 기존 원격의료 전문 업체의 성장과 함께 TV, PC, Mobile 등을 이용해 언택트 시대를 주도해온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애플, 구글, 삼성전자 등의 공룡들도 원격의료 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창업자인 빌게이츠가 진작부터 전세계 헬스케어 시스템의 개선을 위해 공을 쏟고 있었으며 지난 2019년말 클라우드 플랫폼인 애저와 AI 시스템을 통해 화상 상처 상담 프로그램인 'WPIAS (위피아스)'를 선보였다. 구글은 환자들의 data 수집을 위해 자체적으로 원격 헬스케어 프로젝트인 '나이팅게일'을 추진하고 있으며 올해는 원격의료 업체인 암웰에 1억달러를 투자하며 더욱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아마존 또한 본인들의 강점인 유통망을 활용하기 위해 지난 2018년 처방약 유통업체인 PillPack(필팩)을 10억 달러에 인수해 의약품 배송 서비스를 본격화했다.

나이팅게일 프로젝트 (출처: 구글)

 

아마존 온라인 처방약 배송 시스템 PillPack

 

중국의 알리바바와 일본의 라인(네이버의 메신저 플랫폼) 또한 온라인을 통한 원격 의료 상담 및 처방약 택배(온라인 약국) 서비스를 시작하고 있다.

LINE의 원격 의료 상담 및 처방약 택배 시스템 (출처: LINE 보도자료 발췌)

 

Alibaba의 healthcare platform (출처: 알리 헬스 홈페이지)

 

 

산업의 확장은 항상 기술과, 시장, 규제가 적절히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데 의료산업은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만큼 일반적으로 기술과 인프라의 발전에 비해 규제의 변화가 늦는 편이다. 국내는 IT 인프라와 함께 건강 보험 등 헬스케어 인프라 역시 잘 갖추어져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너무 잘 갖추어져 있는 인프라 덕분에 원격 진료에 대한 필요성이 낮아 규제 변화에 대한 논의는 항상 뜨거운 감자였다. 반면, 부족했던 인프라로 인해 이번 코로나 사태로 많은 피해를 본 많은 국가들은 그 돌파구를 찾기 위해 다음 스테이지인 원격의료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 한다. 이번 코로나 사태로 인해 많은 국가들에서는 원격 의료에 대한 중요성, 편의성 등을 깨우친 사람들은 한번 경험해본 편리함을 뒤로하고 다시 과거로 회귀하는 일은 없을 것이고 글로벌하게 원격 의료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데 의심할 여지가 없다. 다만 전세계의 트렌드와 조금 다른 흐름을 보여주고 있는 국내에서는 과연, '전공의 파업'을 불러온 원격의료가 과연 시행될 수 있을 것인지 다음 글에서 한번 살펴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