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헬스케어

신약 개발과 크라우드 펀딩

고사소요 2020. 8. 2. 19:24

크라우드펀딩은 1997년 영국의 한 락밴드가 순회공연비가 없어 팬들이 인터넷을 통해 비용을 마련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고 한다. 하지만 예전부터 십시일반이라는 Term이 있었던 것처럼 여러사람이 힘을 합쳐 누군가를 돕는다는 프레임 자체는 우리에게 그리 낯선 것이 아닐 것이다.

 

처음에는 내가 좋아하는 예술가들을 돕고 공연 티켓을 얻는다든지 내가 좋아하는 디자이너가 신제품을 낼 수 있또록 돕고 특별한 한정판을 얻는것 정도로 시작했던 크라우드펀딩은 이제 O2O 시대에서 스타트업 대표들이 조금 더 빠른 방법으로 투자를 얻을 수 있고 대중들도 비상장 회사의 비전을 보고 직접 투자를 해볼 수 있는 장을 열어주는 어엿한 하나의 투자 플랫폼으로 각광 받고 있다.

 

아직까지는 P2P 대출이나 일반 문화 컨텐츠에의 투자 정도에 그치고 있는 한국 시장과는 다르게 해외에서는 각 산업별 전문적인 크라우드펀딩 업체들이 나오는 것을 보면 이제는 정말 단순한 트렌드가 아닌 하나의 투자 플랫폼화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다.

 

헬스케어섹터 크라우드펀딩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아래 리스트의 해외 사이트들을 들어가보는 것도 추천한다.

 

 · Helathfunder: https://healthfundr.com/

 

Inside access to invest in the most promising health startups

Tips, trends, data, and insight from top investors, startups, and experts. Delivered each Saturday morning.

healthfundr.com

 · Medstartr: https://www.medstartr.com/

 

MedStartr

Find and Fund the Future of Medicine today. MedStartr was founded to help new ideas in healthcare get the support of patients, doctors, nurses, allied health professionals, healthcare leaders, institutions, and investors.

www.medstartr.com

 · B-a-med-founder: http://bamedfounder.com/

 

B-a-MedFounder - Medical Device Crowdfunding

Start your project @B-A-MEDFOUNDER What do you do when you have a medical device idea? A Great one! Your raw idea can develop into a successful device, but do you know what to do next? Do you have the means to do it? At B-a-MedFounder, we look for innovati

bamedfounder.com

 · AngelMD: https://www.angelmd.co/en/

 

Angel Investing for Physicians & Dentists in Healthcare and Dental startups

Connect, advise and invest in the innovative medical startups that are working to help you improve patients' lives.

www.angelmd.co

 · Capital Cell: https://capitalcell.co.uk/

 

Capital Cell - Invest with the specialists

We are Capital Cell, Europe’s first equity crowdfunding platform specialised in life sciences with unique due diligence procedures. Life science, one of the fastest growing sectors in terms of investment raised, which is normally only available to prof

capitalcell.co.uk

 · Aescuvest: https://www.aescuvest.eu/

 

Invest in Health - Aescuvest: Invest in European Growth Companies

Invest in Health - Aescuvest is the leading crowdfunding platform for hassle-free digital investment. Buy shares from the best healthcare ventures in Europe

www.aescuvest.eu

 

 

 

바이오 스타트업 크라우드 펀딩의 성공

 

Celixir이라는 회사는 2014년 크라우드 펀딩(헬스케어 전문 플랫폼은 아니었지만)을 통해 10일만에 300명의 개인 투자자들에게 691,000 파운드(한화 약 10억원)를 투자 받았으며 2017년에 개인 투자자들에게 2.7배로 기존 투자금에 대한 지분을 되사며 Exit을 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Celixir의 케이스를 보면 비상장 바이오벤처들의 크라우드펀딩이 투자자와 회사의 어떤 Unmet Needs를 충족시켜주는지 명확히 볼 수 있다.

 

개인투자자 입장에서는 High Return의 기회(옥석 가리기는 개인의 역량 문제라 할지라도)를 가질 수 있다.

Celixir의 창업자는 Ajan Reginald( Global HEad of Emerging Technologies for Roche Group Research)와 Professor Sir Martin Evans(노벨상 수상자)로 크라우드 펀딩이 없던 과거에는 일반 개인 투자자들이 상장이 되기 전 이런 회사에 직접 투자할 기회를 갖는건 무척 어려운 일이었다. 회사의 IR을 하는 사람들이나, 직접 주식 투자를 하는 개인들이라면 많이들 느끼겠지만, IPO 이후의 주식의 가격 변동은 실적과 100% 일치한다고 할수는 없다. 꾸준히 이익을 내고 있어도 시장의 관심이 적다면 죽은 주식이고, 실적이 없어도 잘 포장만 되면 훨훨 날아가기도 한다. 이런 점에서 비상장 회사의 Valuation에 대해서는 All ot Nothing이라는 Risk가 있기는 하지만, 개인의 공부와 관심이 있다면 어느정도 방향성을 예측하고 High Return을 노려볼 수 있다.

 

회사 입장에서 보자면, 조금 더 간단하고 빠르게 자금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Celixir은 10일만에 10억원을 투자 받았는데, 전통적인 투자 회사에서 투자를 받기 위해서는 많은 자료를 준비해 요청하고 valuation nego를 하며 투자 심의 위원회까지 거치는 동안 맣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다. 하지만 크라우드 펀딩의 경우 회사에서 준비만 잘 해 놓으면, 기존의 절차로 인해 소비되는 시간을 줄이고 빠르게 자금 유입을 만들 수 있다.

 

Celixir의 성공 사례를 보면 투자 플랫폼의 변화는 일반 대중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이를 통해 바이오벤처들도 대형 VC와 같은 투자자들에게 휘둘리지 않고 본인들이 하고 싶은 사업을 직접 꾸릴 수 있는 자생적인 환경을 만들어주는 선순환을 기대하게 한다.

 

 

 

그렇다면 국내에서도 과연?

 

국내 시장에도 헬스케어, Life Science에 집중하는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사업을 하고자 하는 회사가 있다. '카이페리온'이라는 이 회사는 앞서 얘기했던 Celixir의 케이스나 미국, 유럽에서 나와있는 다른 플랫폼들과 차별화를 하고자 하는 부분이 있는데, 바로 라이프 사이언스 스타트업들에 투자를 하고 주식이나 채권을 받는 일반적인 모습이 아니라 바이오벤처들의 신약 파이프라인에 대중들이 직접 투자하고 개발 성공 시 로열티를 공유하는 플랫폼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아직까지 적절한 파이프라인을 찾지 못한 건지 당초의 목표와는 다르게 2019년말 '지엘파마'의 기존 전문의약품 3종에 대한 로열티 공유 상품을 'FUNDA'라는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을 통해 판매한 적이 있다. 이는 FUNDA의 사업모델 상의 특징 때문인지 기존 판매가 되고 있는 의약품에의 투자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반 P2P 대출과 큰 차이를 느낄 수 없었다. 그 당시 직접 투자를 진행하지 않았기 때문인지 현재 투자의 진행 상황이라든가 실적에 대해 찾아보기가 어렵지만, 온라인에서 찾을 수 있는 기사들을 통해 추정해보면 파리바게뜨나 순대국집에서 기존 카드 매출을 Reference로 하여 투자 모집을 하고 FUNDA에서 카드 매출액 중 일정부분을 수수료로 떼서 투자자들에게 나눠주는 것과 동일하게 지엘파마 투자는 기존 출시 제품의 매출을 기반으로 채권액과 이자율을 설정하여 개인들에게 크라우드 펀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FUNDA 플랫폼에서 진행하는 일반 개인 사업체의 투자와는 다르게 카이페리온에서 지엘파마에 투자를 하고, 이 투자금을 FUNDA를 통해 모집한 개인투자자들에게 재투자를 받아 원금을 회수하고 그 가운데서 수수료를 취하는 형식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 투자와 관련된 기사를 살펴보면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지엘파마의 신약 개발 자금을 적시에 조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하고 있지만...

https://www.etnews.com/20191128000227

 

펀다-카이페리온, '의약품 로열티 유동화 상품' 출시

펀다(대표 박성준) 바이오 제약회사 전문 핀테크 기업 카이페리온과 의약품 로열티 유동화 상품을 28일 출시했다. 펀다는 자영업자·소상공인 전문 개인간(P2P)금융 업체다. 로열티 유동화란 미래

www.etnews.com

지엘파마의 자금 사정이 그렇게 좋지 않았고, 운영자금 부족이 지속적으로 거론되고 있었던 것을 보면 자금의 운영이 실제로 어떻게 쓰이는지에 대해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할 것이다.

https://paxnetnews.com/articles/56386

 

지엘팜텍, 자회사에 115억 자금지원…경영개선 총력 - 팍스넷뉴스

지엘파마, 네차례 유상증자…재무건전성·사업확대 기대

paxnetnews.com

 

짧지만 헬스케어 업계에서 일을 해보며 성공하는 파이프라인도 보고, 실패하는 파이프라인도 본 입장에서 이 카이페리온이라는 회사가 개인을 대상으로 투자를 받는 신약 로열티 공유 플랫폼을 어떻게 구체화할지 기대보다는 걱정부터 앞서는게 사실이다. 한국에서의 크라우드펀딩은 아직까지 좋아하는 예술가/제품의 실물을 리워드로 하여 제품을 선주문 하는 느낌이라든가 개별 업체에 P2P 대출을 해주고 은행 이자보다 조금 높은 수준의 이자를 받는 정도인데 비해 신약 파이프라인에 투자한다는 것은 이런 일반적인 펀딩과 기본적으로 다른 점이 많이 있다.

 

구분 국내 일반 크라우드 펀딩 신약 파이프라인 비상장 바이오 회사 투자
투자 대상 개인 또는 개인사업자 개별 파이프라인 법인
목표 제품화 비용 파이프라인 개발 비용 운영 자금
리워드 제품, 공연 등 실물 로열티 지분, 채권 및 이자
최종 투자 회수 기간 6개월~1년 이내 10년 이내 상장 시 또는 투자 라운드별
Main Stakeholder 투자 대상 회사 회사 임직원 및 기관

 

이 중 투자 회수 기간과 Main stakeholder를 보며 개별 파이프라인에 대한 투자에 대해 두가지 걱정이 들었는데.

 

첫번째로는, '정보에 대한 접근성'의 문제이다. 일반적으로 공개된 회사에 대해 투자할때는, 또는 공개되지 않은 회사일지라도 내가 투자하는 대상에 대한 정보는 어느정도 수집이 가능하다. 상장이 되어 있는 주식이라면, 짧게는 분기/반기별 보고서를 볼 수 있고 매해 일년치의 사업내용에 대해 외부 감사가 검증한 자료를 볼 수 있다. 자신의 투자에 대해 자신이 책임질 수 있는 최소한의 환경이 만들어 지는 것이다. 하지만 개발중인 파이프라인에 투자한다는 것은 이와는 무척 다르다. 각 파이프라인에 대해 투자자들이 얻을 수 있는 정보의 차이가 무척 크고 이런 정보의 비대칭성은 valuation에 큰 영향을 줄 것이다.(물론, 기존의 기관들이 회사에 대한 투자가 아닌, 개별 파이프라인의 투자에 관심을 가질 것은 둘째 문제다.) 하다못해 공동 개발 중인 회사 간 파이프라인에 대한 정보 공유를 할때도 NDA를 맺고 진행하는데, 투자자라고는 해도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들어온 수많은 개인들에게 본인들이 개발중인 핵심기술이 포함된 파이프라인에 대한 정보를 어디까지 공유할지가 의문이다.

 

두번째로는, '지속가능성'에 대한 문제이다. 전 동반진단 글(https://2020biostudy.tistory.com/4?category=857623)에서 살짝 얘기했던 것처럼 신약 파이프라인의 성공 가능성은 극히 낮다. 또한 일반적인 크라우드펀딩은 1~2개월 길어봐야 6개월~1년 이내 일반적인 소비재를 리워드로 받는 것과는 다르게 신약 개발은 어느 라운드에서 시작하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적으로 10년씩은 걸린다는 것이다. 또한 파이프라인의 개발 지속여부를 회사가 직접 결정하기 때문에 회사의 지분을 받는 것과 다르게 상품 출시 자체에 대한 리스크가 존재 한다는 것이다. 물론 회사도 망할 수 있고 일반적인 소비재도 문제가 생길 수 있지만, 신약 파이프라인이라는 것은 'all or nothing'이라는 근본적인 문제가 존재한다고 본다. 회사의 근본 목적은 지속 가능한 성장과 그 영속성에 있다고 하지만, 개발 파이프라인이라는 것은 회사의 판단하에 언제든 중단이 되고 새로 꾸며질 수 있는 것이다.

 

결국은 크라우드 펀딩 프로젝트를 관리하는 PM이 얼마나 계약을 잘 맺고 관리를 해주는가가 개별 파이프라인에 대한 투자의 Key일 것이다. 다만 바이오에 대해 많이 공부하고 관심은 있으나 본업이 있어 수면아래에 있는 파이프라인에 대한 투자에 목 말라 있던 분들에게는, 국내외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었던 아이템인만큼 앞으로 어떤 제품들이 런칭되고 어떻게 관리가 되어갈지 계속 살펴보면 좋은 기회를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